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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타셀의 돼지들
gsipo
2024. 2. 10. 07:15
아마 시집 읽는 사람 중에오은 시인의 시를 한 번도 안 읽어본 사람은 없을거다(너무 나갔나...?)그리고 오은 시인의 시를 한 번만 읽은 사람은 절대 없을거다!이번 시집에서도 오은 시인의 말놀이는 멈추지 않는다.제목부터 강렬하긴 한데 시들이 너무 좋았다.다만 민음사 시집은 양장본이라 은근히 보기 불편하다ㅠㅠ아마 같은 형태로 계속 출판될거같은데 보기가 힘들어 민음의 시 시리즈에는 선뜻 손이 안 갈 것 같다.
2002년 <현대시>로 등단한 오은 시인의 첫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에는 음악처럼 무의식적인 감각과 리듬이 넘쳐 난다. 이 속에서 넘쳐 흐르는 그의 말놀이 본능은 다국적 인물, 다양한 문화적 코드, 음악, 영화, 철학뿐만 아니라 과학, 수학까지 시 속에서 놀게 하는가 하면, 자본 문명 안에 존재하는 욕망의 허기들, 식충이들 을 신랄하게 꼬집고 있다.
단어들을 단순하게 사용하다가 그것들의 의미와 관계를 심화하고 새로운 언어적 상황을 만드는 시인의 작법은 독자로 하여금, 언어가 구성하는 사회적 조건과 가치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질문하게끔 한다. 그의 천진난만한 말놀이 애드리브에 쿡쿡 웃음을 터뜨리며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 숨겨진 돼지들 을 발견하곤 섬뜩해지며 뜨악해, 뜨악해, 산다는 게 뜨악해. 하고 외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