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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엎드려 있으라, 누구든 엎드려 있으라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직면해 본 적이 있는가? 운명이라는 말로 바꿔 표현해도 좋겠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펼쳐지는 풍경에 놀라 삶의 비의에 빠지는 순간을 누구나 한번쯤은 마주하기 마련이다. 그런 적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적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순간을 모른 채 지나갔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현실감이 없는 얘기라고? 아니다. 이만큼 현실감이 있는 이야기는 없다는 해도 무방하다. 도대체 날마다 보는 ‘나’조차도 당신은 제대로 알 수 없지 않은가. 김상혁의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민음사, 2013)는 이러한 힘에 직면한 존재의 상상을 다채롭게 표현하고 있다. 운명과 맞서 싸우는 힘을 시인은 상상의 공간으로부터 길어 올린다. 상상이 없다면 시인이 운명과 맞서 싸울 도리가 없다. 싸운다고 이길 보장이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시인은 상상의 힘을 통해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과 두 눈을 부릅뜨고 대면한다. 「정체」라는 시를 먼저 보자. “내가 죽도록 훔쳐보고 싶은 건 바로 나예요”라고 시인은 선언한다. 내가 나를 훔쳐본다는 시적 상황에 주목해야겠다. 훔쳐보는 정황은 훔쳐보는 나와 보이는 대상-나의 분열을 전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시의 화자는 왜 자기의 표정을 훔쳐보고 싶어 하는 것일까? “자기 표정은 자신에게 가장 은밀해요”라는 시적 진술에 나타나듯, 시인은 일종의 사각지대처럼 작용하는 자기의 표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돌려 말하면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없는 존재는 오로지 자신밖에 없다. 거울로 보는 표정은 원래 얼굴의 역상(逆像)이므로 시인이 정말로 보고 싶은 자기 얼굴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리하여 시인은 “모든 나를 아무리 잘게 잘라도 단면마다 다른 표정이 보일 테니 나를 훔쳐 볼 수만 있다면 눈이 먼 피핑톰(peepingtom)이 소돔 소금기둥이 돼도 좋아요”라고 고백한다. 피핑톰은 관음증에 걸린 사람을 의미한다. 열쇠구멍으로 바라보는 관음증의 세계는 보이는 대상을 ‘시선’으로 장악하려는 주체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자기의 표정을 보고 싶은 시인의 욕망 또한 자기를 지배하고 싶은 욕망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까? “거기, 거울을 들이밀지 마세요 표정을 보려는 순간 간섭이 생겨요 맑게 훔쳐보지 않는 한”이라는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을 참조한다면, 시인의 이러한 욕망은 분명 대상에 대한 지배욕망과는 상관이 없을 듯싶다. 자기의 표정을 보고 싶은 ‘순수한’ 욕망이, 정확히 말하면 보이지 않는 것을 향한 시인의 열망이 자기에 대한 관음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의 제목 ‘정체’는 따라서 어떤 규정된 아이덴티티의 의미로 축소되지 않는다. 차라리 시인은 수많은 정체‘들’과 수많은 표정‘들’을 시의 세계로 불러내고 있다. 그런데 김상혁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익사체의 얼굴”(「오늘, 미인」)을 하고 있다. 익사체는 얼굴이 없다. 비인칭의 얼굴(들)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그라이아이(Graiai)의 세 자매들처럼 “한 개의 입”(「태몽」)을 서로 돌려가며 사용한다. 입-구멍은 여기서 고정된 기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인칭을 인칭으로 뒤바꾸는 입-구멍은 어느 순간 기관 없는 신체가 되어 다시 비인칭의 세계로 들어간다. 몸은 셋인데 입-구멍이 하나라면, 그 입-구멍은 어느 몸의 입-구멍인가? 입-구멍은 세 자매의 몸을 하나로 연결한다. “밤낮도 없이 붉기만한 한 세계”(「태몽」)를 견디려면 하나 밖에 없는 이 입-구멍에라도 의지해야 한다. ‘태몽’이라는 제목의 의미와는 다르게 「태몽」은 지워져야(낙태?) 어미의 문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비인칭의 사물들을 시화하고 있다. 태어나지 않은 아이는 비인칭이다. 그는 「여왕의 골목」에 나타나는 “고요하고 붉은 길”에서 강제로 내쫓겼다. 김상혁의 이번 시집을 관류하는 공포의 심리는 어미의 몸에서 죽은 이 아이, 달리 말하면 비인칭의 사물로부터 뻗어 나온다. 그에게 어미의 붉은 문은 공포의 문과 다르지 않다. 저 문으로 나간다는 것은 곧 죽어 문 밖으로 내쫓기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왕에게 공포의 “골목은 놀이터였다”. 여왕이 이 놀이터를 떠나기 전날, “그녀는 혀가 질리도록 온 담벼락을 핥았다”. 담벼락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밤새 비명을 지르며 변성기를 맞았고, 기억 속에 각인된 공포에 떨며 그들은 이 골목의 병정들로 다시 태어났다. “한때 여왕이었던 아내들”이 그린 섬뜩한 그림은 죽음의 문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주체의 공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여왕의 골목에서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그리하여 여왕의 혀가 닿는 순간 아이들은 성장하지만, 그 성장은 곧 피로 물들어 버릴 수밖에 없다. 「이사」에서 시인은 “이번 공터도 엄말 닮았어”라고 고통스럽게 읊조린다. 그에게 “공터는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피묻은 아이들이 뛰어나오는 곳이다”(같은 시). 그곳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지워지고, 그 와중에 태어난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오감도의 아이들처럼 골목을 내닫고 있다. 그러고 보니 「여왕의 골목」에는 지붕 위에서 소란한 골목을 조감하는 자가 나온다. “우리가 사랑했던 여왕의 젊은 시절을” 알고 있는 이 조감자는 과연 김상혁이 만들어낸 시적 공간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비명을 참으려고 도끼를 든 거구의 방문에 선뜻 깨어나 아무렇지 않게 목을 내밀려고 자주 죽으려고 혹은 죽어 가는 머리에 대하여 묵상하려고 울음의 두 손 안으로 공포와 함께 쏟아진 아이를 가죽나무에게 인사하는 가봉자(加捧子)의 새빨간 오후를 깜박이는 전구와 사라지는 세계를 밝음이 쓸데없는 심해의 눈들 앞에 그려 내려고 사람이 사람에게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일들과 또 모든 내려다보기와 내려보는 자를 들뜨게 하는 희생자의 비장함과 리넨 위에 얼룩진 밤빛 타액과 어머니가 숨죽여 웃고 있는 문 너머 검은 허공으로 피어오르는 희미한 연기의 시발을 조감하려고 높이를 증명하기 위해 구르던 가파른 깊이여 회전하는 바퀴에 감기는 손가락들이여 우리는 바람에 흔들리고 전등알처럼 달그락거리는 잎사귀들의 부딪힘을 머리도 없이 듣고 있다 - 「엎드린다」 전문 엎드려 있는 자가 골목을 조감하는 자라는 역설은 김상혁 시의 미래와 관련하여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그는 왜 엎드려 있을까? 위 시를 따른다면 “도끼를 든 거구의 방문에” 그는 엎드리기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엎드리기의 방식이 단순히 굴종의 태도로 환원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요컨대 엎드리기는 도끼를 든 거구를 향한 굴종의 표시가 아니다. 차라리 “내려다보기와 내려 보는 자를 들뜨게 하는 희생자의 비장함”이 거기에는 서려 있다. 더 높은 곳에서 조감을 하려면 더 낮은 곳에 엎드리는 일 또한 주저없이 행할 수 있어야 한다. 더 낮은 곳을 향한 엎드림이 더 높은 곳을 향한 깊이로 드러날 때, 엎드려 있는 자는 “도끼를 든 거구의 방문에/ 선뜻 깨어나 아무렇지 않게 목을 내”민다.
2009년 「세계의문학」으로 등단한 시인 김상혁의 첫 번째 시집. 이 시집에서 시인은 여기와 저기, 안쪽과 바깥의 경계를 흩트림으로써 존재한다. 해석할 수 없고, 규정할 수 없는 풍경들을 전달하는 시인의 언어는 시의 화자가 부딪치는 세계의 형상을 짐작하게 한다.

1부
엎드린다
정체
홍조
학생의 꽃
당부
여왕의 골복
묵인
이사
푸른 옷을 입은 여자
유전
조립의 방
운동장
태몽
어쩌면
오늘의 편지
전보
누가

2부
싸움
작은 사람
옛날 사람에게
죽어 가는 산드라
외계인
두 사람에게
해산
돌이킬 수 없는
마닐라에
거의
온전함
개들의 밤
메리의 호수
작은 섬-상부
탈출기-하부
토르소 애인
남겨질 여자에게 남김

3부
이염
헌사
당신 같은 작품
엎드린 사람
외설
아는 형
앉아 있는 사람
주격조사
자매들
돼지머리 남자
기도하는 자

동생들아 희망은
오늘, 미인
사육제로 향하는 밤
20cm
올라가는 열매

작품해설
엎드린 메시아의 탄생

 

신사고 우공비 초등 자습서 국어 3-1 (2017년)

아이들 봄방학도 이제 막바지네요.겨울방학과 달리 봄방학은숙제도 없으니아주 여유롭게 보내고 있어요.올해 3학년이 되는 작은딸3학년은 배우는 과목수도 늘어나고그에 따라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도 늘어나니3학년 1학기는 아이들이 많이힘들어 하더라구요..살짝 걱정도 되지만 잘 적응하리라 믿으며새학기 교재는 우공비자습서 세트로 준비했어요.엄마들 제일 신경쓰는 과목은 수학과 영어죠~하지만 소홀히 여길수 없는 국어!국어를 잘해야 문제의 의도파악도 쉽답니다.글자를 읽는다

idfjk.tistory.com

 

탄탄한 문장력

신뢰가 가는 책 표지 그 자태부터, 한 눈에 와닿는 제목까지.내 안에 있는 (괜찮은 문장, 멋진글을 쓰고 싶은) 글쓰기 욕망이 나를이끌었나보다.무심코 빌려 읽게 된 책, 탄탄한 문장력. (전자책) 보기 좋고 읽기 쉬운 정교한 글쓰기의 법칙 20 이라는 소제목에 걸맞게이 책은 정말보기 좋고 읽기 쉬운글로 되어 있다.특히, 구조, 문체, 가독성의 세 파트를 가지고 20가지 글쓰기 법칙을 소개하고 있는데 법칙에 맞는 예문과 매 원칙마다 직접 글을써보는 연습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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