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날씨가 조금 흐리고 으스스해서 환기만 조금 시키고 창문을 닫았다. 고전 한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나서 어떤 책을 볼지 고민하다가 마땅히 생각이 안나서 서가를 둘러보다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집어든 책이다.늘 그렇지만, 책은 특히 그 날의 감정상태, 상황 등의 영향을 안받을수가 없다. 이날은 기분이 뒤숭숭하니 이상해서 이 책의 제목이 맘에 들었던 것이다.첫장을 펴고 곰곰이 응시하다가 따뜻한 차랑 마시면 좋을 것 같아서 차를 탔다. 생강차랑 잘 어울렸던 책이다.일단 아포리즘이란 간단히 말해서 인생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을 통해 얻은 진리를 간결하게 압축해서 표현해둔 글이다. 마치 시처럼 한 구절 구절에 의미가 응축되어 담겨있다. 그래서 한번에 휙 휙 보고 읽고 마는 것보다 천천히 음독하는 것이 잘어울리는 책이다.챕터가 나누어져있는데 두번째 챕터와 네번째 챕터가 특히 많이 와닿았다. 외로우면 외로워하자는 말이 어찌나 위안이 되던지. 어찌보면 나는 항상 외로운 사람인데 너무 익숙해져서, 무뎌져서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회피하는것 같기도 하다.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외로움 타는 사람으로 보는게 싫어서 외롭지않은 척 한 걸수도 있다. 안도현 아포리즘에 따르면 외로움을 피하지않아서 두려움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안도현 시인이 적어둔 글은 간결하지만 그 글을 읽고 느끼는 생각들은 간결하지않다. 아무튼,오랜만에 잔잔한 생각을 하게 해줘서 고마운 책이었다.
이 책은 안도현 시인이 삼십 여년 간 문학활동을 하면서 펴낸 동화와 산문집에서 새겨 읽어볼 만한 빛나는 문장들을 골라 엮은 것이다. 1984년 스물다섯의 나이에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 동아일보의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그는 활동 초창기에는 문학을 통해 세상과 현실을 잇기 위해 노력하며 시대의 분노를 시로 표출하는 작업을 하였다. 이후 민주화 등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의 문학 세계도 모습을 바꾸어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해지고 사물과 삶, 자연에 대한 깊은 관찰과 성찰이 묻어나는 보편적인 정서의 쉬운 언어의 작품들을 발표하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된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는 그의 문학적 사유가 발생하는 지점과 시가 탄생하는 배경을 충분히 음미해볼 수 있으며, 날선 언어에서 서정적 언어까지 삼십 여년에 걸쳐 변화하는 안도현의 아포리즘이라 할 수 있다.
001 삶은 너무 가볍다
도대체 삶이란 무엇인가 | 그래도 견뎌야 하는 것이 삶이다 | 인생 | 삶이란 무엇인가 | 사는 방식 | 작은 것이 아름답다 | 반얀나무의 슬픈 이야기 | 정해진 길 | 그 사실 | 장점과 약점 | 두려움 | 손수건 한 장의 감동 | 꽃은 꽃대로, 별은 별대로 | 꿈 | 느낌표를 붙여요 | 아주 조용히 | 삶의 이유 | 나이 | 내가 미식가인 까닭 | 경이롭다 | 우리가 모르는 | 행복 | 추억 | 통로 | 천천히
002 그때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의 시작 | 만남 |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두근거림 | 첫사랑에 대하여 | 보고 싶다 |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1~5 | 상상력 | 사랑 이후 | 사랑하고 싶거든 | 먼저 돌아보라 | 눈물 | 후회 | 작고 느린 움직임 | 철길
003 내 마음의 느낌표
마음의 눈 | 사소한 것의 아름다움 | 세상이라는 이름의 어항 | 누군가가 | 봄은 어디에서 오는가 | 신(神)도 몰랐다 | 추억에 대한 경멸 | 동행 | 가족사진 | 흑백사진 | 지나간 것들 | 카메라의 렌즈 | 사진과 시계 | 오래 묵은 것일수록 | 추억의 소중함 | 뉘우침 | 달이 떠 있는 곳으로 가시오 |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1~12 | 외나무다리 | 시인의 생각 | 자전거의 미학 | 구두 | 길들여지는 것 | 존재한다는 것
004 고래는 왜 육지를 떠났을까
여행 | 여행에 관한 몇 개의 단상1~6 | 버스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 | 바다 | 섬 | 강 | 바다가 푸른 이유 | 떠나던 날의 기억으로 |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없다면 | 자유 | 거북의 시계 | 스치고 지나가면 | 빨리 달리다 보면 | 가출과 출가 | 잠자리와 비행기 | 고래는 왜 육지를 떠났을까 | 포장 | 낙숫물 소리
005 그의 이름을 불러 주자
관계 맺음 | 존재 | 보이지 않는 끈 | 꽃들에게 이름을 | 관심 | 반딧불 나무 | 생명의 마음 | 관심과 책임 | 나무와 톱 | 이름을 불러 주세요 | 어른 | 어른과 아이의 차이 | 교실은 어디에도 있다 | 차이 | 다름 | 사무친다는 것 | 욕망의 크기와 비석의 크기 | 「연어」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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