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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저 POSER


요가에 관한 책인가 하고 집어들었는데 책 앞부분 몇장을 읽는 순간 바로 빠져들었다.이 책. 좋아할 예감이 든다.그렇다. 이 책은 요가에 관한 저자의 에세이이자, 요가를 하면서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바라보고, 자신의 성장 과정과 부모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애쓰며, 자신과 아이들, 남편의 행복한 동행을 위해 노력하는 삶의 이야기이다. 책의 각 챕터의 제목은 요가 자세의 이름과 자세 그림으로 시작하고, 장마다 그 자세를 하는, 혹은 관련된 그녀의 이야기가 술술 풀려 나오는데,이게 참, 시시콜콜 솔직하게 웃겨서읽는 재미가 쏠쏠하다.책 초반에 나를 꽤 웃게 만들었던 것은 그녀가 끊임없이 말하는 "진보적인 육아 트랜드" 때문이었다.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은 20대를 히피처럼 지내며 마음껏 자유를 누리고 즐겨왔지만 엄마가 되는 동시에 가정 속으로 푹 빠져들게 된다. 그러면서 소위 진보적인 육아의 각종 지침을 따르기 위해 애를 쓰는데, 여기서 말하는 그 진보는 바로 애착육아다. (밀착육아니 요즘 말하는 자연주의 육아가 다 같은 말이다.) 아기와 한 침대를 쓰고, 수유를 최소 1년 이상 하고, 유기농 음식만을 먹이고, 천 기저귀 쓰고, 아기띠 쓰고 (요즘 애착 육아의 트랜드는 엄마와 아기의 거리를 멀게 한다는 이유로 유모차를 반대한다.) 엄청나게 비싼 천연 목재 장난감을 사주는 등의.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좋은 것들이긴 하지만 저자 클레어는 이것들을 따라가기 위해 기를 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도덕적으로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 기저에는 두려움과 불안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렇게 안하면 어떻게 될 것 같은. 그러다가 클레어가 허리가 너무 아파 10개월째에 수유를 중단하고 이유식을 하게 되자 그녀는 속으로는 매우 기뻤다. (한편 죄책감도 느꼈다.)그녀 표현대로 하자면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던 울화가 사라졌다. 우하하하. 나 여기서 매우 공감하며 엄청 웃었다.그렇다. 아기는 너무 예쁘고 바라만 봐도 좋고 사랑스럽고 행복한데... 무언가 내 안에 꿈틀대는 화가 있다. 스트레스가 있다. 딱히 직장을 다니는 게 더 쉽다고 말하려는 건 결코 아니지만 마음을 놓으면 갑자기 "우어어어어!" 하고 괴성을 지르며 뛰쳐 나가고 싶은 내 안의 자아가 계속 맴돌고 있는 거다.게다가 육아는 무수한 두려움 속에서 발 디딜 곳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최소한 나에게는 그렇다)수많은 책과 전문가들은 "이렇게 해야만 해요." "이렇게 안하면 이러저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할 뿐, 우리에게 어떻게 마음을 먹어야 편안히 육아를 할 수 있는지 또는 어떻게 죄책감이나 두려움이 아닌 사랑으로 육아를 할 수 있는지 에 대해서는 그다지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좌충우돌하는 클레어를 보며, 나도 좀더 편해져야겠다고, 편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과거를 껴안고, 현재의 내 가족을 포용하며, 그러나 내 중심을 잃지는 않도록. 아마 요가를 하는 사람, 또는 가족에 관련된 상처가 있는 사람, 현재의 가족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 또는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 그러니까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 - 누구나 최소한의 공감대를 지니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은 욕심에 좋은 학교를 찾아내려고 며칠을 고민하고, 빠듯한 벌이 때문에 우울해하는 남편을 다독이고, 갈등과 불화를 반복하는 부모의 딸로서 있는 그대로 그들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맘껏 누리던 20대의 자유와 결혼을 맞바꾼 후, 그녀의 젊은 시절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존재하는 ‘나’만 존재할 뿐, 한 여성으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그녀에게 요가는 인생의 달콤쌉싸름함을 빚어 놓은 듯한 와인의 맛처럼 오래도록 곱씹어야 그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삶의 활력소가 된다.

책에는 그녀의 달고도 쓴 삶을 미소짓게 만들었던 요가의 동작들은 물론, 그 자세로 하여금 찾아가는 진정한 자신의 이야기가 위트있는 글과 함께 담겨져 있다. 요가는 엉망이기도 하고, 우쭐하기도 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모두 받아준다. 그래서 요가는 그녀 인생에 있어서 유일한 돌파구이자 해방처이고, 도전이자 위안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며 당신도 균형 잡힌 삶을 스스로 찾아내는 데 성공하는 방법으로 요가를 접해볼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프롤로그 : 낙타 자세

1. 삼각형 자세
2. 독수리 자세
3. 연꽃 자세
4. 까마귀 자세
5. 비둘기 자세
6. 아기 자세 1
7. 구두 수선공 자세
8. 머리로 서기 자세
9. 아기 자세 2
10. 저울 자세
11. 댄스의 제왕
12. 아기 자세 3
13. 반달 자세
14. 프라나야마(호흡 조절)
15. 전사 자세
16. 아기 자세 4
17. 빈야사 요가
18. 아기 자세 5
19. 발을 목에 걸기 자세
20. 까마귀 자세, 한 번 더
21. 산 자세
22. 앞으로 숙이기
23. 시체 자세
24. 점프 스루
25. 바퀴 자세
26. 물구나무 서기
27. 사자 자세
28. 원숭이 자세

에필로그 : 아래를 향한 개 자세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