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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바가지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는 가슴이 앓이다는 표현이 맞는 지 모르겠지만 왠지모르게 답답한 느낌이었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필리핀 엄마와 결혼을 하였는 지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아쉬었고, 아빠는 왜 집을 나가야만 했는 지 약간의 짐작으로 아이들이 알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구요. 그런 과정이 있었다 해도 아빠의 무책임을 할아버지의 노력으로 채워 지지 않는다는 점이 책을 읽고 난 후에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할어버지는살아 생전에자신의 자식들에게 망이와 망이의 엄마의 존재를 좀 더 명확히 해 주고 돌아가셨다면 망이가 이런 혼란을 덜 겪지않았을 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부디 필리핀에 가서는 또 다른 이방인이 되지 않기를 바래 봅니다. 엄연히 한국사람인데, 단일 민족이라는 것을 내세워 아이들 생각을 바꾸어 주지 못한 것은 바로 우리라는 생각을 잊지 말라야 한다. 작은 아이의 생각을 옮겨 봅니다. 만약 내가 최망이의 친구였다면? 상범이 처럼 싸우지 않고 잘 지냈을 것 같다. 작은 고모는?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서 무시 하는 것 같다. 할아버지는? 가끔씩 화내시는 것만 빼면 좋은 분이다. 혹시, 주변이나 같은 반 친구 중에 망이와 같은 아이가 있다면? 친구로 잘 대해 줄 것이다. 원래 부터 그런것인지 물었더니 이 책을 보고 난 후에 생각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작품 속 주인공 망이는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다. 아빠는 2년 전에 집을 나가서, 망이는 필리핀 엄마와 무서운 할아버지와 살고 있다. 아빠 없는 빈자리는 할아버지가 채워주면서, 어눌한 말투로 답답한 엄마와 자신의 피부색이 싫어 늘 퉁퉁 부어 있는 망이의 최고 대장 노릇을 한다. 하지만 날이 풀리자마자 똥지게를 지고 다니며 똥을 푸는 할아버지는 망이를 찌푸리게 한다. 괜한 심통을 부리면서 종종 할아버지를 노엽게 하던 망이!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죽음은 철없던 망이의 생활에 작은 불똥을 튀긴다. 할아버지가 들고 다니던 똥바가지가 아빠가 사라지기 전에 똥통에 던졌던 철모였으며, 또한 아빠가 광주민주화항쟁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망이가 안고 있던 수많은 부끄러움은 아빠가 그토록 숨기려 했던 부끄러운 과거와 부딪쳐, 더 이상 부끄러움을 부끄러워할 수만은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똥통에 묻으믄 뭘햐. 그런다고 감춰지는 겨? 끄집어내서 자꾸 봐야 드러운 냄새가 읎어지는 겨. 똥바가지를 보면서 중얼거리던 할아버지의 독백처럼 부끄러움은 감춘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