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수단으로 가는 꿈을 꾼다.
이집트에서증기선을 타고 나일강을따라 사막의 한가운데를 길게 가로 질러 고난의 물길을 가는 꿈, 끝도 없는 사막을 가로 지르다 보면 수도 하르툼이 나오고 다시 가로 질러 몇날 몇일을 오르면 작은 마을들이 나타나고 수백년 수천년동안 뿌리 내리고 살아온 사람들이 보인다.사막의 정체성, 의식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 속으로 귀환한 소위 검은 백인들, 근대 유럽제국의물결에 떠밀려 의식의 피부빛이 하얘져 버린 사람들,
1966년에 나온 책이고 속의 시대적 배경은 1920,30년대, 1900년대 초반이다. 제국주의가 아프리카를 온통 뒤덮어 버린 시대... 아시아라고 예외가 있었겠는가마는 제국의 물을 마신 소위 초엘리트먹물들의 고뇌를 다루고 있다. 강물에 떠밀려 정체성을 잃고 뒤늦게 그것을 찾으려고 애써지만 이미 온통 물들어 버린 이후였다. 그러니 그 고뇌는 더욱 처절하다.
영국유학파인 화자는 문학박사학위를 받고 7년만에 마을로 귀환한다. 마을은 변한 게 전혀 없는데 오직 하나 무스타파 사이드라는 정체불명의 한 사람이 마을에 거주하고 있었다. 화자가 무스타파 사이드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고뇌의 심연 속으로 빠져든다.
두껍지 않고 추리적 기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에 읽기가 어렵지 않다.
화자는 아프리카적, 아니 수단적, 아니 사막적 정체성의 상징으로 화자의 할아버지를 내세운다. 할아버지는 물과 비옥함을 선사해 준 땅에서 자라난 울창한 가지를 지닌 위세 당당한 떡갈나무가 아니라, 바로 저 수단의 사막에서 두꺼운 껍질과 뾰족한 가시를 가지고 자라며 생을 낭비하지 않기 때문에 죽음을 물리칠 수 있는 싸얄덤불이다.
무스타파:"...나는 이 모든 것 위에 군림한 정복자이며 그 운명을 결정해야만 하는 침략자이다.... 나는 침략자로서 바로 당신들 집에 들어 왔다. 당신들이 역사의 동맥에 주사한 한방울의 독약과도 같은 존재로서 말이다. 나는 오셀로가 아니다. 오셀로는 거짓이었다."
화자: 나는 북쪽 강가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 내가 있는 곳은 남쪽과 북쪽의 중간 지점이었다. ...나는 한 평생 살아오면서 선택을 한 적도 결정을 내린 적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삶을 선택했다. 얼마 안되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 있고 그들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살아야 한다. ... 무대 위의 희극배우처럼 나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온 힘을 모아 소리쳤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20세기 가장 중요한 소설!
아랍어권에서 최고의 명성을 구축한 작가 타예브 살리흐의 대표 작품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이 작품은 여성 편력, 살인, 반전과 같은 소재와 탈식민주의, 인종주의 같은 강렬하고 문제적인 주제의식 때문에 대중과 평론, 학계에서도 크게 주목받았고, 20세기 가장 중요한 아랍 소설로 평가 받는다. 아프리카 소년이 런던에 건너와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악마적 기질의 ‘여성-킬러’가 된 삶과 의식 세계를 추적한다는 내용적 측면에서 봤을 때의 그 소설적 재미 또한 학문적 중요성 못지않게 소설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소설적 재미와 학문적 성과의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는 타예브 살리흐의 글은 탁월하다.
이 소설이 특히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것은 주인공의 지극히 개인적인 인생역정이 그리고 수단 북부의 마을이라는 작은 곳을 배경으로 하는 국지적인 일이 인류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관통하며 인류 보편적 정서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인류는 끝없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현재를 살고 미래를 계획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과거를 여과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현재를 방황하고 있다. 종족 간, 지역 간, 문화 간의 이동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지금, 이 작품의 재조명은 그 가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과연 내가 그 상황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까?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욕망의 경계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비극의 파멸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이 소설을 다시금 곱씹어 봐야하는 이유가 이 질문들에 있다.
북으로 가는 이주의 계절 007
해설 검은 백인의 비극_김남일 175
옮긴이의 말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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